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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일기D+427 단양, 미뤘던 숙제를 하게 된 그날. [2편]

GDC 2025. 6. 3. 13:55

카페에서 늦봄 더위를 시키면서, 도담삼봉을 가는 길을 알아보는데, 버스가 간간이 지나가고 이 마져도 운행이 중지되는 것들이 많아서, 일단 구경시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한 20분 걸어가면 되는 길이라 서울에서는 그냥 걸어다녔기 때문이지.

그런데, 아따메..

길을 나서자말자, 오르막이네...

군이라 그런지 동네는 단정하고, 심심했다. 차들은 그럭저럭 자기 갈길 부지런히 가고, 길가에는 공실이 군데군데 보이곤 했다. '인구도 적은데, 누가 와서 물건 팔아주나.' 싶기도 할법한 그런 한적함. 

5월이 와이리 덥노 싶을 때 구경시장이 보인다. 어딜가나 보이는 그런 시골의 모습, 비 맞고 장보지 말라고 루프기둥이 갖춰져 있는 그런 요즘 시장모습은 일본의 그것과 점점 닮아가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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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시장 앞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점심먹고 갈까. 아니면 버스타고 갈까' 그렇게 무심히 버스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온다고 한 버스가 전광판에서 사라져버린다. '와 이게 머꼬? 눈뜨고 코베인 느낌' 

허무하데...잠시 후 온다고 전광판에 있던 버스가 사라지는 신공.

시간은 1시. 애매한 시간, 그러다 눈에 띄기 시작하는 택시행렬. 

배낭여행에 익숙한 탓인지 보이지 않던 택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 다닐 때는 거의 대중교통만 이용했기에 택시탈까 잠시 고민하다가 서울 가는 기차를 한타임 땡기기로 맘 먹고 택시타고 도담삼봉으로 출발~

택시아조씨, 서울 촌놈 나를 등에 업고, 단양 군내 구석구석 빙빙돌다 가지는 않겠지? 기사님 왈 도담삼봉 걸어가려면 차량전용차로로 가셔야하는 데 아서라 하신다. 그 말이 마치자 마자, 차량전용차로로 진입하고 1 km 를 더 오르막으로 가다보니 아예 터널까지 나온다.

 

'네이버 지도만 믿고 갔다가 종신보험 탈 뻔 했어..'

10분여를 갔을까 다리 건너 도담삼봉이 보인다.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볼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수묵화에 그렸던 도담삼봉의 모습, 저걸 보고 그렸겠구나. 생각보다 웅장해 보였다. 나루터에는 관광버스와 차량 20여대가 있었고,단체관광객들이 단체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메가폰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유람선이 지나고 있었다.

"기사님, 잠깐 기다려 주시고 메타기 켜주세요."

주차게이트를 통과 하자 마자. 내려서 데크에 가서 도담삼봉을 눈에 익히려 잠시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게 없었다. 자연이란 원래 그런 거지만,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없으니까. 물이 말라, 도담삼봉의 허리띠가 눈에 띄었다. 좁은 남한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세게의 봉우리, 가운데 맏형 봉우리 고즈넉히 한켠에 자리 잡은 정자를 보니, 배를 타고 청주 한병들고 시를 읆으며 달맞이 놀이 하던 정도전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도를 한양으로 천도 제안했던 정도전, 그 덕분에 내가 서울에서 멋지 산들을 가까이 즐길 수 있었던터라, 나는 그가 다음 지폐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1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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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돌아가자. 

기다리던 택시에 올라 다시 구경시장으로 간다. 갈 때 보다 올 때 시간이 더 짧은 것 같았다. 걸어서 갔다면, 버스타고 갔다면 중간에서 포기하고 다시 구경시장으로 갔을거야. 택시타고 가길 잘 했어.

단양역에서 택시로 1일 관광을 하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하루일당과 구청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가능하다 한다.

지자체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가 보다. 

돌아온 구경시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원래 혼자 다니면 지역 맛집을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 때 그 때 먹고 싶은 것이 보이면 들어가는 편이라 국밥에 소주 1병하고 기차에서 한 숨 자기로 결정했다. 

단양은 떡갈비 정식을 꼭 드셔보라는 관광안내소 여사님의 말이 떠올랐지만, 딱히 마늘 말고는 특산물이 안보여서 그냥 순대국밥집으로 향했다. 이 곳은 모든 음식점에 마늘이 붙어있네? 원래 마늘 다 양념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가?

손님이 없는지 나를 보고는 조용하지만 반갑게 주인이 맞아준다. 국밥에서 소주 시키고 물티슈로 염분을 털어낸다.

마늘이 더 강조된 순대국밥이라 그런지 비린 맛을 잡아준다. 원래 마늘을 좋아해서 무난하게 1식을 했다.                                        출발하기 전 열차시간을 4시로 당겼다. 그래 알딸딸할 때 한 숨 자줘야지. 돌아가는 길 내리막에 한강길이 보인다. 고수부지 처럼 카페들이 보이고 잘 정돈된 데크길이 보인다.

'덥긴 한데,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걸어가자'

햇살이 내리쬔다. 노상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이 그래도 즐겁다. 근데 사람이 없네, 내가 평일에 와서 그런가. 

남한강 데크길이 장미 로드가 되어 있네 이 길 좋다. 느낌 좋다. 또 오고 싶을 정도, 남한강을 둘러싼 산과 들길이 잡생각을 다 날려버리네. 오늘 온 길 중에 하이라이트, 집사람하고 다음에 또 오면 이 길 먼저 걸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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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4개월 동안 쉼없이 일하고 N잡을 해왔던 삶의 무게가 이 길을 걸으면서 바람에 씻겨져가는 느낌이었다. 혼자 와서 그런지 더 그런 생각들이 밀려왔다. 그래.. 사람은 익숙한 공간을 떠나, 잠시 다른 공간과 시간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굳이 유명한곳 핫플레이스가 아니더라도. 내가 좀 리프레쉬 할  수 있는 그런 곳, 소도시 여행이 주는 잔잔한 기쁨이 이런 건가 보다.

4월에 우연의 일치인지 그 동안 했던 일들이 종료되면서 앞으로 계속 해야할지 아니면 선택과 집중을 할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 단양에 왔는데 남한강은 들어는 주지만 답을 주지는 않았다. 돈을 생각하면 해야겠지. 하지만 돈도 중요하지만 관계도 중요하고, 이 일을 더 잘 하려면 그리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내가 더 경험하고 갖춰야할 것들은 무엇인가. 

 

 

 

이 길을 오래 가려면 중요한 기준이 무엇일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지지 않기 위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살아온 나의 삶의 패턴이 안전할 수는 있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나에게 맞는 옷은 무엇일까? 나의 날개는 얼마나 펼칠 수 있을까? 그 날개를 다 펼쳐보고 싶었다. 깨지고 치이고 부딪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 1년차이다. 그동안의 벌이와 수입에 감사하다. 운과 때가 맞아 굶지 않고 그래도 목표하고자 했던 수준을 만들었다. 세금을 걱정할 정도니, 배부른 소리지. 

아무리 타고난 능력이 좋아도 좋은 시기가 아닐 떄 나대다가 얻어 터진 사람들이 다시 조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 삶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도 오퍼가 오지만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차 4월에 휴지기에 들어가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고, 월급이 주는 안정감이 묵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랜 친구인 전변호사도 유연하게 생각해라. 돌아간다고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임원은 해보는 도전도 할 수 있지 않은가. 하고 위로 아닌 위로와 영감을 주기도 했다.

남한강을 걸으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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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업하고 내 이름의 사업체를 잉태한 건 나. 내 뜻을 펴보기로 한것도 나. 내가 세상을 이롭게 하기로 맘먹은 것도 나.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도 나. 내가 사람들에게 세상에 도움이 되기로 맘 먹은 것도 나. 

모든 시작점이 나이다. 이 정도 해보고 돌아갈거면 시작도 말았어야지. 조직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돗단배에 몸을 맡긴 것.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풍량은 거세고 파고는 집어삼킬 때도 있다. 

즐기자. 웃어 넘기자. 하지만 본심은 잊지 말자.언제나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있었고, 고맙게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쏘의 뿔 처럼 혼자서 가자.

단양역에 도착하니, 지하철 오듯이 기차가 온다. 타이밍 예술이다. 차에 오르니 빈자리가 많다. 평일여행이 주는 한산함. 느므 좋아.전자책을 얼마를 보다 보니 잠이 들었고 서울역 방송을 듣고 눈을 떠보니,  어느덧 내릴 시간이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지 않은 여행이라 공허함이 덜 했다 

혼자 가는 여행은 혼자라 외롭다고 보여지거나, 느껴질 수 있지만 나와 내가 만나는 진정한 시간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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