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한지 어연 1년이 지나고 주말도 없이, 생각와 쉼의 여유도 없이, 묵묵히 살아온 1년이 되니 마디가 필요한가. 쉼이 필요한지 일들이 말라가고 있다.
지금은 잠시 쉴때가 맞아. 그정도는 쉬어도 되.
맘속에 그리던 각고 싶은 그곳, 단양 그곳에 가기로 결심. 그 결심에는 아내의 동의가 컸다. 자기가 딸내미 돌볼테니 다녀오란다. 그래서 바로 예약.
다음날 4.30일 아침 첫 기차를 타기 위해 생각보다 분주히 움직였다. 가는 내내 출근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다소 긴장되었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열량이 적은 낡은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여행은 근 1년여 만이지? 지하철과 다른 기차느낌. 이제는 카트로 물건을 파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기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할때면 어릴 때 느꼈던 설레임이 다시 생각나게한다.
2시간 여를 달린 단양역. 모든 게 멈춘 느낌.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 그리고 사람도 장식품 중 일부 인것 같은 느낌.
적막인가.
청푸른 한강물에 바짝 붙어서있는 산봉우리들. 녹음은 그렇게 옷을 바꿔입고, 이제 늦봄이니, 제대로 즐기라는 의미를 말없이 보낸다.
바람은 상쾌했고, 햇살은 적당히 따스했다. 걷기에 이 보다 좋은 날들이 있을까.
소음 속에 목적의식 가득한 한강길 파워워킹이 아니라. 느려도 볼건 다 마음에 새기겠다는 발걸음.
떠나려 할 때 강고문이 문자를 보내 이전에 줬던 자료를 다시 보내댤라고 한다. 참 타이밍도 기가 막히지. 일을 미루는 건 별로 좋아지 않아서 대합실에 앉아 메일에 보낼 파일을 다운로드 해서 다시 보낸다.
'이 양반 내가 노는 꼴을 못보시네.'
나는 왜 단양을 찾아오게 되었을까? 단양은 예전에 안동에서 올라올때 기차가 잔도길 옆을 지나는 다리를 건널 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잔도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지 어연 4 5년이 지났네. 미뤘던 숙제는 언제나 하고야 마는 나. 오늘이 그 날인 것이다.
남들이 잘 안가는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 안에서 느끼는 적막감이 좋다. 단양 잔도길이 그럴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평일 화요일이다. 몇몇이 보인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적은 돈으로도 하루를 알차게 보낼 줄 아는 진짜 시간부자. 마음부자.
100억을 만들고 시간부자 마음부자로 살고 싶다는 나의 목표. 이뤄야해. 그건 내 결이니까.
20여분을 갔을까. 관광안내소가 있길래 혼자 고민하다 그냥 들어갔다. 안내원 여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차가 없는데도 차로 갈 수 있는 단양의 둘레길을 기어코 소개해준다. 건성으로 동의를 몇번하다가. 좋은 추천길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듣고 원래 내 계획대로 가기로 한다. " 난 오늘 하루만 잘 다녀야해. 좋은 길은 다음에 친구들과 다시 오면 좋겠네"
이끼 터널롷 좀 더 가보기로 한다. 군데군데 길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 가볍게 수신호자에게 인사르 건넨다. 그런 내가 어색했나보다. 그들은 인사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뭐라건 내가 건넨 인사는 인사니까.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는 없어.
이끼터넬에는 건조한 날씨 탓인지 사다리꼴 형태 100미터 반터널에 바싹마른 고동색의 이끼 흔적만 있어 사진에서 보던 파릇한 이끼터널이 아니여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걸어야지. 장마가 시작되면 다시 이끼가 살아나겠지? 그 때도 혼자 올까?
최소한 지금보다는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아내도 일하고 있어 다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나만 그런 생각하면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마음이 그렇다고. 그런 바램은 할 수 있자나. 내가 원래는 하드워커 인데, 내려놓고 쉬고 싶다 마음먹으면 한없이 게으를 자신이 있어서 그래.
다시 단양 잔도길, 이끼터널에는 수많은 낙서가 있다. 주로 남녀의 사랑의 선언이 비장하게 써있는데, 나는 안다. 이들중 아직 그 이끼에 연인이 절반도 안남았을 거라는 것을. 정말 자신 있다면 차 뒷태에 스티커를 붙일 용기는 있어야지. 자국이 남을 각오을 해서라도 말이야.
이끼터널이 지나고 선사시대 박물관이 있었는데 화요일은 휴무다. 단양에 3박4일로 오는 관광객이 늘어서 월요일까지 일하고 화요일 쉬는 거란다. 그냥 패스. 대신 단장된 둘레길의 끝이 어딜지 좀 더 가보기로. 그리고 10여분을 갔을까. 강변과 연결된 내리막이 보인다. 잔디풀 속 속에 한그루 나무가 커다랗게 서있다. 느낌이 좋다. 가보고 느껴보기로 결정.
물이 많으면 잠길법도 한 그런 곳이다. 물이 메말라 평원이 되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강바람을 맞으며 전담타임. 그렇게 5분을 쉬고 다시 복귀, 아까 이끼터널에 일하는 수신호 아저씨가 아까 내가 한 인사를 제대로 못받아 미안했는지 내게 큰 소리로 웃으면 묻는다. "어디까지 갔다 가시는 거에요?" " 아 네, 동굴까지 가려했는데, 낮에는 안열어서 다시 도담상봉 쪽으로 가려합니다.수고하세요" 셔로 어색하게 웃음짓고 그래도 오늘 한번 웃었네.
' 나도 실은 이런 낯선 대화에 익숙지 않아요.'
그렇게 20여분을 걸어 잔도길 입구에 도착. 이제는 길건네 단양 군내를 질러 도담상봉을 가보자.
지도상 거리는 고만고만한데 한강을 끼고 있어서 그런가. 평지에 시야가 다 들어와서 그런가. 걸으면 지루함이 자꾸 파고드네.
주택가를 끼고 남한강을 마주보고 걷다가 어제 봐둔 카페가 보이면 잠깐 쉬기로 했다. 가다가 가다가 햇살에 따가와 몸이 더워질 때즘. 그 카페가 보인다. 찹살모찌가 추가해서 나오던데, 주겠지? 음악은 제네바 스피커를 머금고 음질이 좋으니 비싸게 팔겠다는 광고를 하듯 , 음악에 이끌려 들어가보니 노상 카페가 있는 준복층 구조의 카페였다. 주문을 하려 반계단을 올라가니 약간의 빵과 젊은 아가씨가 분주하게 먼저온 손님들의 주문을 쳐내가고 있었다.
아. 점심시간 이구나.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달아오른 땀과 얼굴에 묻은 흠내음을 털어내고 자를 찾기위해 노상에 나갔는데, 햇살이 생각보다 따가워서 1층에 4인 탁자에 앉았다. 바로 위에 회사원들로 보이는 무리가 있었고 이 들중 유독 한남자만 화제를 이끌어 갔는데, 아는 것 보다는 들은게 많은 친구이거 같았다. 빈수레를 언제나 요란한법.
진짜는 조용하다. 고수는 침묵한다. 만랩은 자신을 어필하지 않는다. 말없이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검증할 뿐이다.
20분을 쉬면서 도담상봉 가는 짧은 길을 찾아봤다. 버스는 생각보다 없었고, 농어촌 버스라 하루에 1.2대가 오갈 뿐. 택시를 탈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차없으면 안되겠네.
일단 구경시장가지 가보자.
2편에서 계속